솔직히 2023년은 회고하기 부끄러워서 안 할까 고민했는데 돌아보지 않고, 반성하지 않으면 내년을 아쉽게 보낼 것 같아서 회고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개발자로서 나는 어떤 한 해를 보냈는가?
2023년에 내가 어떤 개발자가 될지 고민하는 한 해였다. 나는 극심한 팔랑귀이기 때문에 내 주변에 누가 있는가, 내가 어떤 말을 들었는가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 대표적으로 내가 개발자로서의 진로를 고민하는 것에 영향을 준 사람들은 내가 쫓아다닌 한 개발자 선배, IT 업체 대표님이 있었다.
먼저 내가 쫓아다닌 한 개발자 선배가 우아한 테크코스로 가면서 학교를 자퇴했다. 4월까지 나는 이 형처럼 우테코가는 것이 꿈이었다. 딱히 별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다. 가고자 하는 뚜렷한 목표도 없었고, 그냥 나에게 개발적인 측면에서 도움을 많이 준 형이 간 곳이었다는 점이 가장 컸다. 그리고 갈 수 있을 줄 알았다. 나는 내가 열정 있고, 우테코 갈 실력이 되는 사람인 줄 알았다. 그래서 좀 많이 거만했고, 우테코 간 형이 추천한 블로그 글 열심히 쓰기, 깃허브 잔디 채우기 등을 하지도 않은 채 연말에는 우테코 가야지라는 생각으로 살았던 것 같다.
그러다가 IT 대표님들을 만났다. 확실히 젊은 나이에 좋은 차 타시고 성공한 모습을 보니 그분들이 멋져 보이기 시작했고, 그분들의 말을 귀담아서 들었다.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개발자는 돈을 많이 벌지, 워라벨 생각하면서 회사 다닐지, 학자가 될지 결정해야한다고 말하셨다. 저렇게 있으면 돈을 결정하지 않는 사람이 어딨을까? 그래서 나는 그 당시에 IT 회사 대표를 꿈꿨다. 소프트웨어 외주를 받아서 개발하는 것이 돈도 많이 벌고 꿀이라고 느껴졌고, 외주 회사를 차려야겠다고 결정하게 됐다.(지금은 절대 쉬운 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우리 동아리 멘토님이 운영하시는 SI 회사에 인턴처럼 일을 했다. 아직도 동아리 멘토님 보면 죄송한 마음이 든다. 돌아보니 내가 너무 폐급짓만 하고 나왔다. 그 당시에 내가 많이 의기소침했다. 그래서 일은 하지도 않고, 불안해하면서 방학을 다 보냈던 것 같다.
그러다가 학교에서 일본이랑 싱가포르를 보내줘서 갔다오고 난 후 현실도피로 해외취업을 고민했다. 생각보다 해외로 가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느꼈고, 싱가포르는 살기 좋은 나라라고 느껴졌다. 아직도 싱가포르 가고 싶은 마음은 있다. 지금 가면 부모님 손을 많이 벌리기 때문에 나중에 내 능력이 되면 시도해볼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오고, 한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는데 그 프로젝트가 반복 작업을 상당히 오래 해야하는 그리고 빨리 개발해야해서 내가 성장을 고려하면서 코드를 작성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끝나자마자 번아웃이 왔다. 번아웃이 온게 이 프로젝트 하나 때문만은 아니고 올해 했던 고민의 피로와, 한 해동안 딱히 해낸게 없다는 자책감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 같다.
개발자였던 순간 이외의 나는
2023년도 나는 여유가 없고 의기소침했던 사람인 것 같다. 내 인관관계는 실패의 연속이었다. 긴장을 많이 하는 성격에 사람들 앞에서 뚝딱거리는 것이 일상이었고, 욱하는 성격에 이기적인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 일쑤였다. 그 때에 나는 내가 좀 많이 못난 사람 같았다. 그래서 그렇게 보이지 않으려고 강한척하고 다녔던 것 같다. 한마디로 찐따였다 ㅋㅋㅋㅋㅋ.
2023년은 내 인생에서 교회를 가장 열심히 다닌 해가 아닐까 싶다. 초반엔 교회에 가는게 재밌었다. 가면 친구들이 있고, 놀거리가 있었다. 교회 고등부에서 회장이 되면서 의무감이 큰 것도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초반엔 교회뽕(?)맞은지 얼마 안 된 사람으로서 비전이 있었다. 그러면서 다양하게 뭘 해보고 싶었고, 결과적으로 하는거마다 망했다. 망한거에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좀 추려봤을 때, 내가 재미없는 사람이고, 그렇다고 진중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느껴졌지 않았다는게 좀 크다고 느꼈다.
그러면서 자책을 많이 했다. 내 이전 회장이 되게 재밌고, 진중한 사람이었기에 비교하면서 나의 부족함이 점점 더 크게 느껴져갔다. 그러면서 내가 있으면 계속 고등부의 상황이 안 좋아진다고 느꼈다. 그래서 전 회장이랑 비슷한 밝고 진중한 사람에게 넘기는 걸 마지막으로 내가 그만두는게 가장 좋을거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내 얘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하기 싫어서 내가 넘길 친구말고는 얘기도 안하고 그냥 도망치듯 그만뒀다. 내가 무능한 사람처럼 보여지는게 두려웠던 것 같다. 그렇게 책임에서 도망치니 편해졌다. 지금 생각해도 그 상황에서 그만둔건 좋은 선택이었다. 그러나 다른 말도 안하고 도망친 나에게 실망한 사람이 많진 않지만 몇명 보였다. 지금 생각하면 그 사람들에겐 많이 미안하다.
이런 상황들이 계속 생기니 그냥 다 개같더라. 그래서 알빠노 마인드 장착하고 살기로 했다. 어짜피 이전에도 다른 사람들 마음 못 챙겼는데, 그냥 완전히 쓰레기로 돌아서도 뭐 상관없고 내 마음이 편해질 것이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지금 여자친구를 만났다. 엄청 밝고 좋은 사람이라서 같이 얘기하면 마음 편해졌다. 사람들과 대화할 때 항상 경직된 느낌이었다면 얘랑 얘기할 때는 마음이 너무 편안했다. 교회에서 만났는데 내가 난리친거 보고도 만난게 아직도 신기하다. 아직도 나는 불같고, 이기적인 사람이고, 찐따같은 사람이지만 바뀔 수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사람인 것 같다.
앞으로 나는
개발자로서는 여러가지 경험해보고 내가 부족한 점들을 명확히 알게 되었다. 조금 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아직 내가 배울 것이 너무 많고, 내가 적극적이게 움직여야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식견을 더 넓힐수가 있다. 그리고 꾸준히 하는 습관을 길러야겠다. 지금의 나는 잠깐의 추진력으로 개발하고 있다. 마라톤을 하는 것처럼 멀리 달리는 것을 연습할 필요가 있다. 고민을 너무 길게 많이 하는 것이 독이라고 느꼈다. 판단은 나의 주관대로 빠르게 하고, 행동으로 옮기며,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빠르게 돌아가는 능력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사람으로서는 조금 더 재밌고, 진중한 사람이 되고 싶다. 우선 순위를 정하자면 진중한 사람이 되고 싶다. 기분이 태도가 되는 사람이 아니고 싶다. 화가 좀 줄었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기르고 싶다. 지금 너무 흥선대원군 마냥 외부의 것을 적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너무 많이 얘기하면 내년에 분명이 다 못지켰다고 자책할 것이니 이정도로 정리하겠다. 더 세부적인 계획은 2024 계획에서 만다라트 그려서 얘기할 것이다~ 아쉬운 한 해였다. 정신없이 보냈고, 이때까지 다른 해들과 비교도 안될만큼 짧게 느껴졌다. 내년에는 조금 더 좋은 사람이고, 더 좋은 개발자인 나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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